가톨릭 혼인성사의 의미와 준비: 부부의 사랑을 거룩하게 하는 은총
5월 21일은 '둘이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담은 부부의 날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날 사랑의 결실인 결혼을 기념하며 축복을 나눕니다. 하지만 가톨릭 교회 안에서 혼인은 단순한 남녀 간의 약속 그 이상의 깊고 심오한 의미를 지닙니다. 혼인은 '하느님 안에서 맺어지는 신성한 결합'이자 '생명과 사랑의 치밀한 평생 공동운명체'를 이루는 거룩한 소명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혼인성사를 통해 부부가 되는 신자의 비율은 10명 중 4명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왜 교회는 이 성사를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것일까요? 혼인성사는 우리 부부의 사랑에 어떠한 특별한 은총을 더해주는 것일까요? 오늘은 가톨릭 교회에서 말하는 혼인의 참된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해 깊이 탐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목 차
1. 혼인의 신성한 기원: 성경이 말하는 부부
혼인은 단순히 인간 사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닙니다. 이는 하느님의 창조 계획에서 비롯된 신성한 부르심입니다. 성경은 처음부터 혼인이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드러내는 특별한 길임을 명확히 가르쳐 줍니다. 구약성경 창세기를 살펴보면, 혼인은 세상 창조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그 자체로 창조주 하느님의 사랑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계획 안에서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이들의 결합을 축복하셨습니다. 성경은 "당신 모습인 남자와 여자로 만들어 복을 내리며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라고 전합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최초의 부부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고 당신의 창조 사업에 동참하도록 부부를 초대하셨습니다.
신약성경에 이르러 혼인의 품위는 더욱 고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공생활 첫 번째 기적을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행하셨습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신 이 기적은 단순히 잔치의 흥을 돋우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혼인한 부부에 대한 당신의 축복을 드러내는 사건이며, 예수님께서는 이를 통해 혼인 잔치를 하느님 나라에 비유하시며 혼인의 품위를 거룩한 차원으로 높이셨습니다. 또한 사도 바오로는 부부의 결합을 '그리스도와 교회와의 결합'이라는 신비로운 관계에 비유하며,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신 것처럼 부부 또한 서로에게 온전히 헌신해야 함을 가르쳤습니다.
2. 혼인성사의 핵심: 불완전한 사랑의 변화
성경이 제시하는 숭고한 사랑의 이상과 달리, 현실 속 인간 본연의 사랑은 연약하고 불완전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의 감정은 때로는 식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며, "거짓되기 쉽고 항구하지 못한" 속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불완전한 인간의 사랑이 평생을 약속하는 견고한 토대가 될 수 있을까요? 바로 여기에 혼인성사의 핵심적인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혼인성사는 우리 힘만으로는 지키기 어려운 사랑의 약속을 하느님의 은총에 의탁하는 예식입니다. 우리는 이 성사를 통해 우리의 연약한 사랑이 결코 변치 않는 거룩한 사랑으로 성화(聖化)되기를 청합니다. 이는 단순한 법적인 절차가 아니라, 하느님의 도우심을 구하는 간절한 기도의 행위이기도 합니다.
| 인간 본연의 사랑 | 혼인성사로 성화된 사랑 |
|---|---|
| 거짓되기 쉬움 | 헌신적임 |
| 항구하지 못함 | 견고함 |
| 인간의 노력에 의존 | 하느님의 은총(힘)에 의탁 |
결국 혼인성사는 부부가 서로의 힘만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그들 사이에 개입하시어 그 사랑을 완성시켜 주시기를 청하는 가장 아름다운 신앙 고백입니다.
3. 거룩한 여정을 위한 준비: 신앙과 교리
많은 예비부부들이 결혼을 앞두고 예물, 혼수, 예식장 예약 등 '하루뿐인 결혼식'을 위한 외적인 준비에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쏟습니다. 하지만 정작 평생을 함께할 혼인 생활을 지탱해 줄 '내적 준비'에는 소홀하기 쉽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혼인성사를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조용한 시간을 갖고 기도하며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는 내적 준비를 강조합니다.
신앙적 준비 (권고 사항)
교회는 혼인성사의 당사자가 혼인 전에 되도록 견진성사와 고해성사를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고해성사를 통해 마음을 정결히 하고, 견진성사를 통해 성령의 은사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은총을 더욱 풍성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영혼을 준비시키는 과정입니다. 이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부부에게 가장 큰 영적 선물이 됩니다.
혼인 교리 (의무 사항)
세례받은 가톨릭 신자는 '혼인 교리'를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합니다. 이 교육은 단순히 교회의 법규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혼인의 참된 의미와 부부로서의 소명에 대해 깊이 배우는 필수적인 시간입니다. 혼인 교리는 소속 교구와 무관하게 어느 곳에서나 교육을 받아도 유효하므로, 예비부부의 일정에 맞춰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4. 관면혼과 영적 준비의 중요성
가톨릭 신자가 비신자나 다른 종교를 가진 이와 혼인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교회는 이러한 경우에도 신자의 신앙 생활과 부부의 일치를 위해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비신자와 혼인할 경우, 반드시 교회로부터 '관면(dispensation)'이라는 명시적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관면혼입니다.
만약 관면을 받지 않고 사회 예식만 치를 경우, 교회법적으로 혼인 장애 상태에 놓이게 되어 영성체를 하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성사 생활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이는 신앙인으로서의 삶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면혼 절차를 통해 교회의 축복을 받으면, 부부는 정상적인 신앙 생활을 영위하며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가정을 꾸릴 수 있습니다.
최근 관면혼을 통해 정상적인 성사 생활을 회복한 신자들의 생생한 고백은 이 절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준비 과정들은 번거로운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평생 이어질 하느님의 축복을 정성껏 맞이하고, 부부가 함께 걸어갈 신앙의 여정을 닦는 소중한 시간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5. 종합 정리: 평생을 함께하는 하느님의 축복
지금까지 가톨릭 교회의 혼인성사에 대해 깊이 살펴보았습니다. 혼인성사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결혼식, 그 이상의 숭고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불완전하고 연약한 인간의 사랑을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견고하고 헌신적인 사랑으로 변화시키는 거룩한 여정의 시작점입니다.
혼인을 앞둔 예비부부라면, 단 하루를 위한 외적인 준비를 넘어 평생을 함께할 혼인 생활을 위해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을 청하는 내적인 준비에 더 큰 마음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부부의 신성한 기원을 기억하고, 혼인성사를 통해 우리 사랑의 부족함을 하느님의 사랑으로 채우십시오.
그때 비로소 부부의 사랑은 세상의 어떤 어려움과 시련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서로를 끝까지 사랑하고 존중하는 '하느님을 닮은 사랑'으로 빛나게 될 것입니다. 혼인성사는 부부가 함께 걸어가는 평생의 순례길에 하느님께서 동행하시겠다는 약속입니다.

